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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책 쓰기는 혁명이다! ㆍ 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
2 한 주제로 200자 원고지 600장을 쓰라 ㆍ 작가가 된다는 것, 책을 쓴다는 것
3 그 욕망은 별난 게 아니다, 본능이다 ㆍ 쓰기, 재능 없어도 됩니다
4 “나 같은 게 책은 무슨……”이라고요? ㆍ 글재주 잠재력은 가늠하기 어렵다
5 “이런 책, 나도 쓰겠다” 분노하시는 분들께 ㆍ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
6 첫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아야 한다고? ㆍ 작법서 너무 믿지 마세요
7 책 쓰기, 권투, 색소폰, 수영의 공통점은? ㆍ 초보 작가의 마음가짐
8 보고 들은 모든 것을 써먹는다 ㆍ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가
9 신파로 안 보여요, 살아 숨 쉬는 인간이라면 ㆍ 에세이 쓰기① 무엇을 쓸 것인가
10 욕먹을 각오 하고, 인용 욕심과 감동에 대한 집착 버리세요 ㆍ 에세이 쓰기② 왜 솔직해지지 못하는가
11 튀려고 할수록 사라지는 개성, 그 얄궂음에 대하여 ㆍ 에세이 쓰기③ 내 마음의 모양 알아차리기
12 구체적 단상이 추상적 사고로 발전하려는 간질간질한 순간 ㆍ 에세이 쓰기④ 삶을 사랑하는 태도와 나만의 철학
13 본명을 써야만 떳떳할까? ㆍ 에세이 쓰기⑤ 감추기의 기술들
14 스티븐 킹은 새빨간 거짓말쟁이야? ㆍ 소설 쓰기① 개요를 짜야 할까
15 강자는 욕망만, 약자는 두려움만? 문학이 프로파간다가 되지 않으려면 ㆍ 소설 쓰기② 입체적인 인물이란 무엇인가
16 라면 먹고 싶다, 그런데 먹으면 죽을 수 있다 ㆍ 소설 쓰기③ 긴장을 어떻게 조성하고 해소해야 할까
17 심청이 아버지는 잔치가 끝날 때쯤 와야 한다 ㆍ 소설 쓰기④ 같은 스토리, 다른 스토리텔링
18 ‘듣긴 했지만 알아낸 게 없는’ 질문만 하는 당신에게 ㆍ 소설 쓰기⑤ 소설 쓰기를 위한 취재
19 논픽션의 생명, 문제의식 가다듬는 법 ㆍ 논픽션 쓰기① 논픽션 기획과 문제의식
20 논픽션의 주인공, 현장을 가졌거나 질문을 가졌거나 ㆍ 논픽션 쓰기② 주인공과 스토리텔링 구조
21 납작한 활자를 입체 카드로…… 생생한 논픽션 만드는 여섯 가지 비결 ㆍ 논픽션 쓰기③ 문제의식과 현장을 연결하는 기술
22 욕먹어야 한다면, 정확한 욕을 먹기 위해 애쓰자 ㆍ 퇴고하기, 피드백받기
23 “내 글 읽어주세요” 하기 전에 ㆍ 투고 요령과 독서 공동체
24 첫 책이 안 팔려도, 꾸준히 쓰면 ‘역주행 효과’ ㆍ 첫 책과 그 이후
"취미가 뭐예요?"
유독 내게는 대답하기 참 곤란한 질문이다.
원래 이렇다 할 취미 없이 살아온 탓도 있지만, 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무언가 대답할 거리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했던 그 상황이 참 별로였다. 지금은 나이가 좀 더 들고 사회생활을 통한 페르소나가 여러 개 생겨서인지, 취미가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냥 '특별히 없어요'라고 종종 넘겨버리기도 한다.사실 취미가 없지는 않다.
넷플릭스 보고, 책 읽고, 웹툰도 보고, 수영도 하고... 이런 일들이 내게는 취미지만, 너무 평범해서인지 대답해도 시큰둥한 반응이 별로여서 그냥 특별한 게 없다고 한다.표준국어대사전에서 취미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저자는 글쓰기가 아주 좋은 취미라고 말하며,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약간의 전기료 외에는 돈도 안 들고, 대단한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과 일정을 맞춰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날씨가 궂은날에도 할 수 있고, 해롭지도 위험하지도 않다.'
'나 자신을 위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기쁨을 위해 쓰자. 글자와 문장, 그리고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생각에 집중하자. 그렇게 쓸 때 더 좋은 글이 나온다. 그리고 더 즐겁기도 하다.그렇다면, 나도 즐기며 할 수 있는 글쓰기라는 취미 하나를 새로 추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창작의 욕망을 억지로 누르면 어떻게 될까
(37p ~ 38p 발췌)
나는 현대사회에 만연한 공허감이 바로 그 결과라고 생각한다. 요즘 한국 사회는 어느 연령대, 어느 세대를 봐도 '내가 여기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고 객관적인 조건이 나쁘지 않은데도 공허함을 토로하는 젊은이도 있고, 중년에 이르러 허무함을 못 견디겠다며 뒤늦게 일탈하는 이도 있다. 그런 정체성 위기는 자기 인생의 의미, 자신이 만들어내는 일의 가치를 확신하지 못할 때 온다고 생각한다. 인간에게는 '지금 내가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감각이 필요하다.
(69p 발췌)
결국 진부하더라도 가장 믿을 만한 지침은, 많이 읽고(다독) 많이 쓰고(다작) 많이 생각하라는(다상량) 옛 격언이다.(120p 발췌)
일기를 쓰는 것은 물론 아주 좋은 연습이다. 그런데 일기장은 단순히 감정을 쏟아내는 대상 이상이 될 수 있다.
'난 오늘 종일 우울하다'라고 썼다면 그 뒤를 '왠지 모르겠다'는 맥 빠지는 문장으로 마무리하지 말고 횃불을 들고 동굴 더 깊은 곳을 밝혀보자. 어쩌면 아주 시시한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모호하고 모순되는 감정을 억지로 정리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 모호함과 모순됨의 모양을 살피라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알수록 다른 일들에 대해서도 '그냥요'같은 대답을 점점 안 하게 된다.(171p 발췌)
인물 몇 사람과 그들이 맞닥뜨린 상황이 있으면 긴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여기서 내가 권하는 팁은 인물의 욕망과 두려움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욕망이 충족되거나 두려움이 현실화되는 과정은 언제나 엄청난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또 독자는 욕망과 두려움이라는 행동 동기에 쉽게 설득된다.
그리고 욕망과 두려움이 충돌되면 긴장은 더 치열해진다.
50, 60대 늦깎이 신인 소설가
(254p 발췌)
개인적으로는 생계나 경력 관리 문제에서 보다 자유로운 50대 이상이 저자로 데뷔하는 일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는 중이다. 나는 그런 일이 조만간 일어나리라고 믿는데, 인구구조 때문에라도 그렇다. 지난해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60~69세 인구가 20~29세 인구와 비슷하다. 50대 인구는 30대 인구보다 훨씬 더 많다. 작가를 꿈꾸는 이가 모든 연령대에 같은 비율로 있다면 50대 이상 신인 저자가 지금보다 더 쏟아져 나와야 한다.
요즘 50, 60대가 책 한 권을 쓸 수 있는 체력이나 열정이 모자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겪은 한국 현대사는 흥미진진할 것이고, 살아오면서 쌓은 경륜도 얕지 않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2010년대에 60, 70대 신인 소설가들이 아쿠타가와상 등 큼직한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역대 최고령(62세) 당선자가 나왔다. 직장에서 은퇴한 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신다.(285p 발췌)
늦깎이 소설가들이 몰려온다면 대환영할 일이다. 우선 문자가 되지 못한 이야기들이 그 세대의 기억에 쌓여 있을 거라고 믿는다. 기록하지 못한 사건, 말할 수 없었던 사연이 넘쳐날 터다. 꼭 한국 근현대사 얘기가 아니더라도 좋다. 경륜과 통찰이 담긴 서사가 그렇게 찾아온다면 경박단소 경향이 심해지는 한국소설계에 새로운 에너지가 될 수 있으리라. 한 세대 가까이 '젊은 감각'을 쫓다 한국문학이 놓친 바도 적지 않다.아쉽게도 글을 훈련하고 발표할 기회와 공간이 부족하다. (트레바리와 같은 독서 모임은 많은데, 글쓰기 모임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출판 환경도 나이 많은 저자에게 썩 우호적이지 않다. 공모전 위주로 신인을 발탁하는 한국문학 풍토를 고쳐야 하고, 예비작가들이 스스로 돌파해야 할 지점도 있다.
다만 몇 가지 우회로는 쉽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느 나이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신인문학상이나 좀 더 원숙한 분위기의 웹소설 플랫폼, 전문 매체, 글쓰기 강좌 등이다. 일본에서는 110년 역사의 대형 출판사인 고단샤가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미스터리문학상을 만들었다.
공익적 가치가 충분하고 큰돈이 들 것 같지도 않은데 국가 예산으로 그런 사업을 지원하면 좋겠다.
긴 글을 읽고 쓰는 사람이 늘어나면 사회가 발전한다. 이해와 성찰의 총량이 그만큼 증가한다는 뜻이므로. 반대로 사람들이 한 줄짜리 댓글에 몰두하는 사회는 얕고 비참하다.반응형